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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오빠김금숙 지음 |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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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3  15: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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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를 가진 소년이

눈부신 음악적 재능을 빛내기까지
이야기는 주인공 준이의 흰머리를 뽑아 주는 동생과 순순히 동생한테 자신을 내맡기는 준이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이야기는 내내 준이의 세 살 아래 여동생 윤선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에겐 오빠가 있다.”로 시작되는 독백은 준이가 성장하며 음악에 눈 뜨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 순간들, 말 못할 고통과 희생으로 준이를 키워낸 부모님, 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소외와 결핍을 감내해야 했던 윤선 자신의 속사정까지 세심하게 그린다.


‘늦된 아이’로만 생각했던 준이가 병원에서 발달장애 판정을 받자 가족들은 준이를 낫게 하겠다며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값비싼 약에서 무당굿까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려 보아도 무엇 하나 준이를 달라지게 하는 건 없었다. 결국 준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가족들은 세상의 편견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람들의 시선이 괴물처럼 무서웠다.”고 화자 윤선은 적는다.
아들이 특수학교보다는 일반학교에서 배우고 자라기를 바랐던 엄마는 배타적인 학교 교육과 집단이기주의 앞에 여러 번 좌절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준이가 세상에 설 수 있게 도왔다. 초·중·고 12년의 학교생활 동안 엄마는 아들의 그림자였다. 준이의 옆자리에서 보조교사 역할을 자처하고, 허락이 안 될 때는 학교 앞에 대기하며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소리에 민감했던 준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와 판소리를 접했다. 특히 판소리는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는데, 말문을 트이게 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일깨워 주었다. 준이가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통로가 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7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흥보가>를 완창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청소년국악경연대회에서 비장애인 학생들과 경쟁하여 우수상을 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준이는 피아노를 치며 판소리를 하는 ‘피아노병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단아한 우리 소리의 어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또한 준이는 일기 쓰듯 일상을 곡으로 써내려가는 작곡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람 소리, 선풍기 소리, 지하철, 삼겹살, 산책길…… 모든 것이 곡의 소재가 된다. 책 속에는 준이에게 영감을 주었던 일상의 순간들과 그 순간이 음악이 되어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들이 잘 그려져 있다.

오늘도 세상의 편견과 외롭게 싸우는
장애인 가족들을 어루만진 세심한 시선

작가가 동생 윤선을 화자로 삼은 것은 주인공 준이의 눈부신 성장과 감동 속에 가려진 가족들의 외로운 싸움,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결핍을 경험한 동생의 내면을 어루만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고단했던 부모님, 익숙한 관심과 보호 속에서 마냥 어린아이가 된 오빠 사이에서 일찌감치 철든 윤선이 겪어야 했던 외적 내적 갈등은 만화가의 붓 끝에서... 예술적으로 되살아났다. 엄마 아빠를 향해 불만을 쏟아 보지만 결국은 부모님을 이해해 보려 하는 착한 딸, 미워할 수 없는 오빠를 바라보는 동생의 다정한 마음이 화자 윤선의 캐릭터에 드러나 있다.
“오빠와 우리 사이엔 문이 하나 있다. 우린 매번 오빠에게 그 문을 열고 우리가 사는 세계로 오라고만 했다.” 오빠의 공연을 지켜보며 내뱉는 윤선의 독백은 발달장애인에 대해 깊이 이해할 기회가 없었던 독자들에게 작은 울림을 준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문을 닫고 살아가는 그들을 우리는 그동안 애써 무시하고 지냈던 건 아닐까. 그들이 온 힘을 다해 걸어 나와 외치는 목소리에 겨우 뒤돌아보는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그 문을 열고 먼저 손 내밀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은 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윤선의 말처럼, “문은 양쪽에서 열리는 거니까.”

발달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바꿀 때
이해의 폭 넓히는 독창적인 출판만화

김금숙 작가는 그동안 발표한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듯 성실한 취재와 개성 있는 작필로 정평이 나 있다. 작가 또한 판소리에 조예가 깊어 소리 공부를 하던 중 준이를 만나 6년 간 그와 가족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이 이번 작품의 바탕이 되었다. 흑과 백의 명료한 색감으로 표현된 우리 사회의 이기적인 단면들, 등장인물들의 일상과 내면을 넘나드는 회화적인 묘사는 국내외에서 주목한 전작들의 작품성을 잇는 또 하나의 걸작이다.
최근 보도나 다큐 등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아직 편협하다. 작가는 이번 작품이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한편으로는 비장애인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를 가진 한 개인의 성장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출판물, 특히 국내 만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이번 출간의 의의가 크다.
《준이 오빠》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하는 동구밭(주) 노순호 대표와, 공연기획자와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최준의 음악세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장재효 감독의 추천사를 책머리에 실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준이 오빠, 준이 누나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는 애정 어린 글이 인상적이다.
또한 《준이 오빠》는 발달장애인들이 가꾼 채소로 만든 동구밭 비누, 최준의 앨범 및 콘서트 티켓 들과 콜라보 상품을 구성한 출간 전 텀블벅 후원행사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독자들이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후원하거나 발달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이벤트는 출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발달장애아 교육과 성장에 관한 기본적인 화소를 담아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보하고, 음악적 재능으로 세상과 소통한 주인공의 독창적인 스토리가 차별성을 갖는 만큼 《준이 오빠》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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