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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토끼를 만났다저자. 송찬호 | 출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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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4  14: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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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별』에 이은 새로운 절창, 『초록 토끼를 만났다』
송찬호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초록 토끼를 만났다』가 출간되었다. 오래 공들여 내놓았던 첫 동시집 『저녁별』 이후 다시금 공들여 모은 46편의 동시들이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과 동서문학상 수상, 2008년 미당문학상 수상, 2009년 대산문학상 수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이름이 알려진 송찬호는 2011년 첫 동시집 『저녁별』로 동시문학사에도 값진 이름을 남겼다. 동시이면서 시가 되고 시이면서 동시가 되어, 시와 동시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어른 독자, 어린이 독자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읽히고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시인의 바람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동시인들에게는 명실공히 동시 공부하기 가장 좋은 동시집이 되었다. 『저녁별』을 두고, 안도현 시인은 “한국 현대 동시집 가운데 가장 많은 절창이 여기 들어 있다.”고 했다. 이제 두근거리며 송찬호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을 기다렸던 독자들 앞에 『초록 토끼를 만났다』를 내놓는다. 『저녁별』 이후 6년 동안, 한 자 한 자 고르고 다듬어 써낸 새로운 절창들이다.

- 초록 토끼를 만나, 숨겨 두었던 동화적 상상력을 펼쳐 내다
『저녁별』이 시와 아이와 자연의 만남이었다면, 『초록 토끼를 만났다』는 천진난만하게 펼쳐지는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이다. 호박 덩굴 아랫길에서 만난 달팽이와 인사하고, 돌처럼 단단하고 맛이 없어 아무도 따 가지 않던 똘배나무를 기억하고, 비 온 다음 날 마당에 나온 두꺼비에게 길을 양보하던 어린 송찬호는 숨겨 두었던 장난기를 아낌없이 꺼내 놓는다. ‘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다며 아무도 모르게 모험을 떠나자고 손짓한다. 손짓은 동시집의 첫 시 「반딧불이」에서부터 시작된다. 돌멩이에 노란 칠을 했더니, 그 돌멩이가 생명력을 얻어 까만 밤 속으로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반짝이는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독자들은 이 반딧불이의 조그만 빛을 따라 송찬호의 동시들 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동화 같은 신기한 세상을 차례차례 만날 수 있다. 초록 토끼만이 아니라 초록 호랑이도 만날 수 있고, 안경을 쓴 돼지를 만날 수도 있고, 다리 세 개인 의자가 벌떡 일어나 씩씩하게 걷는 것도 볼 수 있다. 나의 방귀와 코딱지와 내가 자다가 흘린 침을 진열해 놓은 가게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지하 비밀 도시에 구경 갔다
사다리를 타고 땅 아래로 한참 내려갔다

지하 비밀 도시에 도착해
내 이름인 [이경수만 모르는 신기한 물건들이 있는 가게]가
눈에 띄어 얼른 들어갔다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들은,
이경수의 코딱지
이경수가 자다가 흘린 침
이경수의 방귀 소리
목욕할 때 이경수의 꼬추와 엉덩이 사진……

- 「지하 비밀 도시」 부분

아무도 모르는 세계이지만, 바로 나에게 힘을 주는 것들의 ...세계이다. 『저녁별』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즐거움’이었다면, 『초록 토끼를 만났다』는 아이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그려 낸 마음속 풍경이다.

- 초록 토끼를 만난 비밀, 나에게 힘이 된다
송찬호 시인은 이곳저곳에서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낸다. 일단 하나를 찾게 되면, 조금 유심히 둘러보면 곧잘 찾을 수 있는 문이다. 자기가 앵무새라고 주장하는 상자가 있어 그것을 열어보기만 해도 되고, 백년쯤 된 오래된 선풍기 앞에 앉기만 해도 된다.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허연 수염이 나면서 산신령이 될 수도 있다. 강 건너에서 날아온 조약돌이 반짝 눈을 깨우기도 한다. 물론 초록색 토끼를 만나면 가장 좋다.

초록 토끼를 만났다
거짓말 아니다
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
전에 난 초록 호랑이도 만난 적 있다니까

난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렸어

‘초록 토끼를 만났다’고
또박또박 써 본다
내 비밀을 기억해 둬야 하니까
그게 나에게 힘이 되니까

- 「초록 토끼를 만났다」 전문

우리 아이들에게는 『초록 토끼를 만났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마법의 문이 될 것이다.
호기심 많은 까만 눈동자와 작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병아리들처럼, 이 세상의 궁금한 것을 콕콕 집어 동시로 옮겨 쓰고 싶다는 송찬호 시인은 가장 안전한 모험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안겨 준다. 사납게 다투기도 하고, 목청을 뽐내며 우렁차게 울어 대는 어미 닭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도 여기저기 눈 돌리는 병아리처럼, 아이들은 이 동시집 안에서 자유롭게 기이한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느티나무 구멍에 대고, “할아버지이ㅡ” 하고 부르기만 하면, 구슬, 딱지, 새끼손가락 약속…… 소중한 보물들을 잘 지키고 있다며 “오오냐ㅡ” 하고 대답해 주는 할아버지처럼, 언제나 곁에 있으면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느티나무 둥치 속 새가 드나드는 구멍
내 주먹이 쑤욱 들어가는 구멍
둥치 속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은 구멍

내가 거기다 대고,
할아버지이? 하고 부르면
그 깊고 컴컴한 구멍 속에서

?그래, 오오냐

종이딱지와 구슬, 쪽지 편지, 손거울, 야구 모자, 보물지도, 하모니카, 미운 오리 새끼, 철인 28호, 기차놀이, 새끼손가락 약속……
모두 모두 잘 있어요?

?그래, 오오냐

- 「느티나무 구멍」 전문

- 아이들의 입에서 노래가 되고, 마음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동시
송찬호 시인의 동시를 한 번, 두 번, 세 번……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의미의 그물에 독자들은 걸려든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기 이를 데 없는 시어들로 읽을 때마다 더 깊고 넓은 의미를 창조해 내는 그의 동시는, ‘시로서의 동시’의 전범이다. 그리고 특별한 운율의 미학으로 세 번, 네 번…… 자꾸만 읽게 된다. 아이들 입가에서 노래가 되어 맴돈다. 언제나 송찬호의 동시는 그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두 번째 동시집의 동시들은 아이들이 마음에 접신하기 때문에 ‘시로서의 동시’도 넘어선다.

깊은 밤 엄마 아빠가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걸 들었다

우리가 옛날에 도깨비였다는 걸
지금
얘가 알면
얼마나 놀랄까

그때 우리가,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해야 할 걸
꽃 나와라 뚝딱! 나비 나와라 뚝딱! 했다는 걸 알면

나는 잠든 척했다
우리 집이 가난한 이유를 알았다

- 「도깨비 가족」 전문

- 시의 운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그림
그림을 그린 안경미 화가는 동화 『친애하는 악몽 도둑』 『돌 씹어 먹는 아이』에서 강렬한 구성과 이야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기법으로 인물의 감정과 서사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선보였었다. 이번 동시집에서 역시 시적 운율을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그림을 구성해 내는 어려운 작업에 성공했고, 놀라운 해석력으로 시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살려냈다. 시를 만난 그림이 때로는 시보다 반걸음 앞서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고, 독자들의 감정에 호흡을 맞추고, 더 넓은 의미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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